로마에서 다시 밀라노로 돌아와 처음 느낀 건

일종의 목마름이었다.

사실 갈증 그 자체라기 보다는

여행의 막바지에 느끼는 초조함일지도.

 

 

로마우노 체인인 트레밀라노에 도착, 짐을 풀고

소개받은 피자집으로 이동.

풀뚜데기 무성한 루꼴라 피자 한 판으로 배를 채웠다.

 

이탈리아에서는 1인 1판을 주로 시키던데

역시 혼자 소화하기엔 많은 양이다:)

 

 

오늘은 여행의 백미를 장식할

워너비 포인트가 있다!

 

 

주말 새벽 눈 비비며 위성중계로 보던 게임을

맨눈으로 보게 되는 날이 올 줄이야!

 

그것도 이탈리아 세리에A 리그의 왕자 AC밀란의 홈경기!

참고로, AC밀란과 인터밀란은 같은 지역연고로 같은 홈경기장을 쓰며

AC밀란 경기 때는 '산시로',

인터밀란 경기 때는 '주세페 메아차'라는 이름을 사용한다.

 

이 날의 상대는 팔레르모-

아는 선수는 없지만 중위권의 강호였던 기억이 난다.

 

 

많은 팀을 떠돌던 '초딩' 호비뉴의 모습을

직접 볼 수 있게 되었다.

 

 

 

경기장 내로 입장하기 위해서는 대략 4~5번의 문을 통과해야 한다.

워낙 축구열기가 강한 만큼 원정응원석은

안전을 위해 높은 철장으로 구분되어 있고,

경기 한 시간 전부터 경기장 안팎은 홈팬들로 득실했다.

 

 

난 2층석에서 관람했는데 약 7만원 정도?

내 앞에서 티켓을 구매한 사람은

40만원 가량의 티켓 4장을 아무렇지 않게 현금구매하던데

화폐가치가 차이가 있긴 하겠지만

배낭여행자의 눈엔 그들의 구매력도 눈요기였다.

 

 

코너킥을 준비 중인 저 남자는 판타지스타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이 날 경기에서 단연 돋보인-

잘 알고 많이 봐왔던 선수지만 직접 보니 정말 입이 다물어지지 않더라.

 

그도 그럴 것이

궁극의 라이벌 인터밀란에서 이적한 선수임에도

홈팬들의 그에 대한 기대치와 사랑은 상상을 초월했다.

 

오죽하면 그가 공을 잡을 때마다

"이브라카다브라~!!"라고 외칠까:)

 

판타스틱한 그의 발 끝 덕분에 경기는 2:0 완승이었다.

 

 

민박사장님이 밤에도 꼭 보라는 밀라노 대성당.

과연 훌륭한 뷰포인트는 주경과 야경을 모두 보아야 한다.

이 곳도 매우 해당되는 곳!

 

 

 

 

밀란 머플러를 두른 채로 거리를 다녔더니

경기 스코어를 물어온다.

밀란의 승리로 답하는 내 기분도 괜히 뿌듯-

 

 

 

근사한 야경을 관람한 댓가로 지하철은 끊기고

약 40분을 숙소까지 걸어왔다.

발바닥이 욱신거리긴 했지만

다음날 아침 밀라노를, 이탈리아를 떠날 예정이므로

거리의 모든 풍광을 눈에 담으며 숙소로 돌아왔다.

 

피렌체 시내투어에서 만난 지인이

숙소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고

맥주 한 잔을 가볍게 나누고 눈을 붙였다.

 

긴 하루였지만 만족스러웠던지

금세 잠이 들었다.

 

 

밀라노 기차역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8일 만에 다시 말펜사 공항으로 돌아왔다.

 

 

잠시 터미널1, 2를 헷갈려

마지막 혼돈을 잠시 겪은 뒤에 무사히 항공기에 탑승-

 

새벽에 먼저 떠난 숙소 지인이 기내 옆자리에 앉아있어

역시 마지막 감탄을 잠시 겪은 뒤

다시 13시간 여를 무사히 날아와 인천에 닿았다. 

 

 

 

글로 다 옮겨적지 못한 많은 것을 남기고

이탈리아 여행을 마무리했다.

 

트레비분수에 던진 동전의 효력이 있을지

그래서 다시 가 볼 날이 있을지 기대가 된다.

 

분명한 건 가기 전보다 훨씬 이탈리아가 좋아졌다는 것.

 

 

여행의 기술이란 것.

내게 얼마나 더 생겼을까-

 

어쨌든 마침표를 찍는 것과 동시에

다시 또 떠날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

 

유비트립 Italy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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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 2012.09.25 21: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너의 글로 이탈리아 여행하는게 더 재미있다:) 홍콩도 기대해용~

  2. yhan 2012.09.26 18: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쓰는데 6개월 걸렸구만..
    여행의 별미는 너처럼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의 인연들도 있는듯..
    나도 보스턴 펜웨이파크 인증샷 박고 싶다



로마에서의 마지막 휴일,
배낭여행자의 기동력과 정보력으로 탐할 수 없는
몇 개의 투어가 모두 끝나고
처음으로 동행없는 두 발로 숙소를 나섰다.

메트로 B를 타고 Colosseo역에 내리면
콜로세움(콜로세오)이 바로 눈 앞에 떡하니 버티고 서 있다.
뺨에 선선한 공기만큼
상쾌하고 건강한 아침의 활기가 느껴진다.

 

시간이 여유롭지 않아 콜로세움 내부까지 돌아보진 못했다.
물론 겉을 한 바퀴 둘러보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근사한 장면들을 남긴다.

S.P.Q.R은 '로마 원로원과 시민'의 약어다.
로마황제의 절대권력도 그들로부터 나온다는 뜻-

이 곳은 베네치아 광장에서도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이탈리아 초대 국왕) 기념관이다.
대체로 황갈색의 로마에서 유난히 돋보이는
백색의 대리석으로 되어있는데
그 유난스러움 때문에 '케이크덩어리'라는 별명이 있다.

이 날은 무슨 행사가 있었는지 
정복을 차려입은 백발 지긋한 노인들이 많았는데
아마 '재향군인회'같은 단체 행사가 아닐까.

시내 속으로 파고들어와 서점에 들렀다.
좋아하는 팝아트 작가 리히텐슈타인의 달력이 눈에 띈다.
근데 이거 왜 안샀지? 아까워라.

역시 팝아트 작가 키스해링의 디자인 상품-
'용감한 녀석들' 콜라보레이션인듯.

읽을 순 없지만 디자인만으로도 사고 싶은 책들이 더러 있었지만
배낭여행자에게 "책은 곧 짐이요". 패스하자.

한참을 걸었는지 허벅지가 묵직하다.
서점 카페에 들러 에스프레소 한 잔.
쓰고 진한 향의 말미에 느끼는
설탕가루의 달콤함은 경직된 근육마저 사르르 녹인다.

곁을 지나치는 투어버스를 잠시 물끄러미 바라보며
며칠 전 들렀던 '나보나광장'에 도착했다.
시내 야경투어 때의 차분함과는 달리
인파와 햇살이 주는 공기는 또 완전히 남다르다.

여기서 에피소드 하나.
광장 중앙 분수대의 건축을 맡은 '베르니니'는
정면의 성 아그네스 성당 건축을 맡은 '보로미니'가 눈꼴시려워
위 사진처럼 거북스런 표정으로 성당을 쳐다보는 조각을 만들었다.
재밌는 건 성당 상단의 조각상도 분수를 외면하고 있다는 사실.
뭐 후세에 지어낸 얘기일수도 있으니 믿거나 말거나-

나보나 광장을 벗어나 판테온으로 넘어왔다.
정면 분수대의 물결이 눈부시도록 시원하다.

판테온은 '모든 신을 위한 신전'으로, 정면 상단에 쓰여진 문구는
'루시우스의 아들 마르쿠스 아그리파가 세 번째 집정관 임기에 만들었다'는 뜻이다.
안으로 들어가 보자.

신전답게 지름 9m로 뚫린 하늘에서 둥글게 내리는 빛이 내부를 감싼다.
판테온은 미켈란젤로나 라파엘로 등
르네상스의 거장들도 '천사의 디자인'이라 극찬했다 한다.
참고로 라파엘로는 그의 바람대로 죽은 뒤 이 곳에 안치되었다.

드디어 로마의 3대 젤라또의 마지막, 지올리티에 들렀다.
파씨와 올드브릿지도 물론 좋았지만
개인적으로 이곳에서 맛 본 젤라또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젠 봐도 봐도 지루하지 않을 트레비분수.
여전히 세 찬 물줄기 소리가 광장을 가득 채우고
분수가의 사람들은 역시나 한껏 상기된 표정을 짓고 있다.

유로 주화는 돌아갈 메트로 승차권을 위해 남겨두고
500원 동전을 어깨너머로 또 한 번 던졌다.
이 곳에 돌아오리란 다짐(바람)과 함께.

어느 덧 밀라노로 돌아갈 기차 시간이 가까워 온다.
스페인 광장을 지나 숙소로 컴백.
참,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햅번이 젤라또를 먹었던 장소가 바로 여기다.
아쉽게도 지금은 거리정화 문제로 광장근처에선 팔지 않는다.

숙소에서 나오기 전 마지막으로 시장에 들렀다.
피렌체에서와 마찬가지로
생활인으로서 로마인의 삶을 잠시나마 상상해보며.

3박 4일, 이 곳에서 주어진 시간을 아낌없이 다 썼다.
황홀했던 장면장면을 가득 담은 카메라가 손에 묵직하다.

이제 밀라노로 돌아간다.
안녕, 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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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 2012.04.16 23: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진 로마 :) 젤리또 맛이 궁금하다 츄릅

  2. 2012.04.17 21: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야빠로서 콜로세움이 딱 야구장사이즈다! 라고 바로 꽂히는구마 ㅋ
    좋은 풍경들이다.

  3. 2012.07.28 21: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로마일정은 3박 4일로 비교적 여유롭게 잡았다.
남부 환상투어에 하루를 온전히 보냈고
바티칸투어 또한 꼬박 하루가 걸리기 때문이다.

로마 3일째, 이번엔 바티칸이다.
떠나기 전부터 先감동받은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와 '천지창조'를 드디어 보게된 날

숙소 사람들과 함께
로마 속의 또 다른 나라 '바티칸시국'으로 향했다.


준수한 외모, 방대한 지식, 위트넘치는 말솜씨
(그리고 어린신부)를 갖춘 투어가이드이자 숙소 사장님-
숙소에선 열 마디 중 아홉 마디가 농담이지만
가이드 할 때만은 누구보다 진지하고 열정적인 분.

민박과 가이드를 병행하느라
매일마다 뻗었다 정신차리기를 반복했었는데
그런 쉼표없는 삶이 또 어울리는 사람이기도 했다.

"한국에서 직장인으로 살고 싶어도
지금의 반의 반도 못번다"는 그의 수입은 얼마일까?

첫 소개작은 작자 미상인 토르소.

역동적이고 강한 남성미를 가진 이 동상의 형체는
이후 미켈란젤로 '최후의 심판'에서
 심판자 예수 그리스도의 모델로 재현된다.

인체비례학적으로 가장 완벽한 비율을 갖추었다는 '아폴론'상
바티칸 내에는 수 백개의 동상이 있지만
실로 멍해질 만큼 맹렬한 아름다움을 뽐내는 작품이었다.

 

아폴론의 현신이 존재한다면

브래드피트 주드로 조쉬하트넷 C호나우두

가랑이 찢어질지도-

 

역시 바티칸의 대표적인 조각작품 '라오콘'군상
트로이 전쟁시 그리스의 목마(木馬)를 성 안에 들이는 것을 반대해
신의 노여움을 산 라오콘이
두 아들과 함께 큰 뱀에게 살해당하는 장면을 표현한 작품이다.

보고 있으면 얼굴이 찡그려질 정도로
처절한 고통을 생생하게 묘사한 이 작품은 한 가지 에피소드가 있다.

(위 사진과 같이)원작의 유실된 오른팔을 후대에 복원하는 과정에서
미켈란젤로는 오른팔이 어깨 뒤로 굽어져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다른 조각가나 학자들은 하늘을 향해 뻗어 있었을 것이라 주장했다.

결국 최초의 복원을 맡은 라파엘로는
라오콘의 영웅적인 면모를 찬양하고자 하는 심판관의 지시에 따라
위와 같이 팔을 뻗은 형태로 복원을 진행했다.

하지만 훗날 유실된 오른팔이 우연히 발굴되었는데,
미켈란젤로가 주장한 형태와 완벽히 일치했다고 한다.

실제로 오른쪽 가슴근육을 보면
왼쪽에 비해 좀 더 바깥쪽으로 당겨져 있는 걸 볼 수 있다.

라오콘상 앞에는 초기 복원형태 사진도 전시해 두고
관람자를 위한 스토리텔링 요소로 사용하고 있다.

바티칸의 내부는 채 몇 미터를 쉬이 옮기지 못할 정도로
수 많은 작품이 전시되어 있고
개개 작품의 사적 가치 또한 결코 가볍지 않아
어디를 가던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다음은 라파엘로의 대표작 '아테네학당'이다.
그림 중앙의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를 비롯
기하학자 유클리드, 수학자 피타고라스, 철학자 소크라테스 등
고대 철학자들이 총출동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설명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신나는 작품이다.

개인적으론 바티칸의 신성한 벽화에
자기자신과 연인(혹은 수학자 히파티아)을 그린데다
버젓이 관람자를 응시하도록 한 그의 과감한 재기가 더 놀랍다.

다음 코스는 미켈란젤로 불멸의 역작
'천지창조'가 천장화로, '최후의심판'이 벽화로 그려진
성 시스티나 경당이다.

가톨릭의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가 시행되는 장소로서
(콘클라베는 영화 <천사와 악마>에 자세히 묘사된다)
워낙 신성하고 중요한 의식이 행해지는 곳이라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다.
카메라 플래시가 프레스코화를 훼손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뭐 하지 말란다고 안할 관람객들이 아닌지라
아무리 감시를 하고 제재를 해도 찍는 사람들이 있긴 했다.
(하지만 어줍잖은 카메라로는 제대로 찍히지도 않는다.)

'천치창조'와 '최후의심판'은
가이드의 사전 설명만 두 시간이 넘게 걸릴 정도로
 너무나 위대한 걸작이고
원작이 내뿜는 기가 워낙 강하기 때문에
이미지나 감상을 옮기는 건 역부족이라 패스-

다음은 마지막 코스인
성베드로(산피에트로)대성당이다.

건축에만 두 세기 가까이 걸린 이 곳은
막대한 자본과 노동력의 산물이자,
바티칸의 영적 지도자이자, 1대 교황인
성 베드로가 순교한 곳이며,
현재까지도 가톨릭 교회의 강력한 존엄성을 상징하는 건물이다.

게다가 이 정도 크기의 성당 내부가 온통 황금빛이라니
그 건축비용을 감히 셈 해보려 해도 가늠할 수조차 없다.

그리고 한 쪽 벽을 차지한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상.
성모마리아가 그리스도를 매장하기 전,
마지막으로 죽은 아들을 무릎 위에 안아보는 장면을 표현한 작품이다.

미켈란젤로가 다른 예술가의 작품으로 소문나는 걸 두려워한 나머지
이미 성당에 안치된 후에 몰래 자신의 이름을 새겨넣을 정도로
강한 애착을 보인 작품이기도 하다.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상은 같은 소재의 다른 작품과 달리
성모마리아가 젊게 표현되어 있고,
 성인의 모습인 그리스도는 오히려 잠든 아기처럼 표현되어 있다.

작품과 관람자 사이에 유리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앞에 서면 발은 얼어붙고 가슴은 먹먹한 기운을 느낄 수 있다.
 
피에타 또한 내용과 사연이 너무 많아
채 다 옮기지 못하겠다.
 

나오는 길.
성베드로대성당을 지키는 스위스 근위대의 모습.
16세기 교황 율리우스 2세가 유럽 전역에
바티칸과 교황청의 근위대 병력을 요청한 당시
유일하게 응했던 스위스 병력은 아직도 이곳을 지키고 있다.

스위스 국적의 가톨릭 신자이면서,
매우 엄격한 자격심사와 혹독한 훈련을 통과해야만
정식 근위대원이 될 수 있다.

다만, 미켈란젤로가 디자인했다는 저 근위복장은
차마 아름답다고 못하겠다.

성베드로 광장에서 헤브빈샷을 남겨본다.
아침 9시에 도착해 오후 5시가 넘어서야
저 곳에 섰다.

그리고 (도대체)어딜가나 있는 오벨리스크.
참고로 이탈리아는 이집트에서 가장 많은 오벨리스크를
약탈해 온 나라라고 한다.

이곳의 오벨리스크 꼭대기에는 십자가가 박혀져 있는데,
태양신을 상징하는 건축물에 십자가를 심다니
가톨릭 교회의 냉정한 이면을 보여주는 장면이 아닌가 싶기도.

모든 투어를 끝내고
가이드께서 로마 3대 젤라또 가게이자
교황님도 사먹는다는 소문이 있는
'올드브릿지'에서 젤라또를 사주셨다.

온종일 침을 꿀꺽 삼킨 우리들과
온종일 열변을 토한 가이드 모두에게
최고의 마침표였다.

'아폴론'의 섹시함이
'라파엘로'의 발랄함이
'천지창조'의 무게감이
'피에타'의 먹먹함이
'젤라또'의 쫀쫀함이

아직도 어렴풋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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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lth 2012.03.27 09: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근위복...멋지다..

  2. 靑山居士 2012.03.27 11: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바티칸 코딱지만한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오래 걸리는구나.
    들어가는데 줄 좀 서야한다고 듣긴 했는데...
    바티칸에서의 미사에 꼭 참석해 보고 싶다. 곧 언젠가 되겠지 ㅋ




이탈리아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한번쯤 듣게 되는 이름이
'유로자전거나라'라는 현지투어 전문 사이트다.

실제로 자전거를 탈 일도 없는데
왜 '자전거나라'라고 지었는진 모르겠으나
가장 규모도 크고 인지도도 높다.

어쨌든 자전거나라에서도 자타가 공인하는 코스가
바로 이탈리아 '남부환상투어' 되겠다.

20만원을 호가하는 비용에도 불구하고
하루만에 나폴리-소렌토-포시타노-아말피 등

이탈리아 구두 발등을 타고 지중해 연안을 도는
'눈이 호강하는' 코스로 유명하다.

로마에 도착한 둘째날 아침,
집결지인 산타마리아 마조레 성당에 도착-
tip)
전용버스를 타고가는 이 투어에서
창밖의 비경을 보기 위해서는
오른쪽 창가석이 가장 뷰포인트다.

사전조사가 충분한 투어리스트들은
집결시간(am7)보다 일찍 나와 자리경쟁을 하기도.

난 5분 전에 도착했으나
운좋게 오른쪽 창가에 착석:)

한 시간 쯤 달려 휴게소에 들렀다.
커피를 마시거나 하루 종일 다닐걸 대비해
물이나 먹거리를 사기 위함이다.

우리네 휴게소와 다른 부분은 의자가 없다는 것.
오래 머물 목적보다는 구매 위주이기 때문인듯.

다시 한 시간 넘짓을 달려 도착한 첫 목적지는
베수비오 화산폭발로 사라진 고대도시 폼페이.

10월임에도 이탈리아 남부의 햇살과
그늘 하나 없는 흙과 돌의 유적지는
상당히 후텁지근했다.

화산폭발 당시 쏟아진 잿더미에 덮혀버린
폼페이 시민의 모습.

굳어진 잿더미 사이에서 부식해 없어진 시신 형상을 본 떠
폭발 당시의 형체와 치아의 모습까지 재현해 놓았다.

이곳은 당시 목욕탕 내부의 모습.
BC시대의 목욕탕이지만
여느 명품사우나 인테리어 못지 않다.

내부를 둘러보다 보니
동네에 '폼페이 목욕탕' 차리고 싶더라는.

이곳은 대리석 바닥의 증기와 외부 태양광으로
물을 데우던 곳이다.
아 정말 훌륭하지 않은가-

둘러보면 볼수록 당시에도 정말
있을 건 다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물며 라커룸도 있다)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폼페이 유적 중에서도
유독 붐비는 이곳.
남녀노소를 불구하고 누구 하나 들여다보지 못해
안달이 난 이곳.

매음굴이다.
당시의 구조가 비교적 온전히 남아있으며
무엇보다 벽면마다 그려진 춘화를 보기 위해
사시사철 관광객이 몰리는 곳이다.

정열적인 이태리 남자들은
고대인의 피를 이어받은 것이 틀림없다.

점심식사겸 잠깐 쉬어 간 곳에서
주워 든 도토리.
배낭에 고이고이 챙겨왔는데
어디에 챙겨뒀는지 기억이 안난다.

투어가이드님의 두 시간 남짓
남부햇살 만큼 정열적인 소개를 마치고
마지막 인증샷 코스.
직접 찍어주시곤 본인이 더 맘에 들어했던.

이곳 폼페이 원형극장은
요즘에도 오페라 연주회가 열린다고 하는데
그 분위기는 가히 환상적이리라.

다시 버스를 타고 달리기 시작했다.
남부해안이 슬라이드로 펼쳐지다 시선이 박힌 이곳은
이탈리아의 통영 나폴리(응?)

해안도로로 훑고 지나가기에도
너무나 아름답고 멋진 항구도시의 풍모가 가득했다.

기회가 된다면
시간내서 들러보고 싶은 곳.

해안을 달리다보면
소규모의 해변가와 고급스러운 리조트가 많은데
알고보니 부호들의 사유 휴양지라고 한다.

이곳은 이름도 '비키니'해변이다.
창 밖으로 뛰어내릴 뻔 했다.

 이곳은 소렌토 어디쯤이었나.
버스 창가로 두고 보기엔 아쉬운 풍광들이
계속 이어진다.

가이드님은 제발이지
파스타 전문점 따위는 떠올리지도 말라며

해안절벽을 돌아 지중해 연안과 함께
소렌토의 절경이 펼쳐지는 순간,


루치아노 파바로티 버전의
'Torna a Surriento(돌아오라 소렌토로)'를 들려주었다.

"돌아오라 소렌토로- 돌아오라-"

심장 한 가운데에 풍선을 불어
점점 부풀려지다 뻥 하고 터져버릴 것 같았다고 하면
조금은 표현이 됐을까.

그만큼 이탈리아 여행의 가장 극적인 순간이었다.
(긴 경험을 통해 이런 드라마틱한 구성을 완성시킨
'유로자전거나라'에도 박수-)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마을은
지중해를 끼고 도는 아말피코스트의
아름다운 해안도시 포시타노이다.

 이곳을 포함, 아말피코스트는
내셔널지오그래픽이 99년 꼽은 '죽기전에 꼭 가봐야 할 곳 top 50' 중
1위에 빛나는 곳이다. 
 

 아말피는 한때 강력한 해안도시국가였으나
현재는 사계절 내내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지상낙원으로 변모했다.

 

마을로 내려가기전 뷰포인트에서
열대과일과 함께 지중해내음을 맡는다.

환상의 섬 거제 출신 바다사나이도
이 식후경에 무너진다.

이곳에 들르면 맛보아야 할 별미 중 하나
레몬슬러시다.
남부의 무더운 햇살을 받으며 떠먹는 레몬슬러시는
무엇을 상상하던 그 이상-


눈으로 보고 두기엔 아쉬워
마을 속으로 파고 들어간다.
(물론 투어코스다)

이것도 일종의 태양초겠지.

포시타노는 소박하고 조용한 마을같지만
실제로는 고가의 호화 리조트/호텔이 즐비한 곳이다.

말년에 이런 곳에서 조용히 쉬면서
고즈넉이 살고싶단 생각이 절로 들긴 하지만

실제로 그러기 위해선 당장부터 숨만 쉬고 일해도
모자랄 수도 있지 싶다.

브래드피트와 안젤리나 졸리도
이곳 어딘가에 조용히(?) 쉬러 왔다가
염문을 뿌리게 되었다 한다.

가게마다 물건도 음식도
다른 곳에는 없을 것만 같은 분위기에
한곳 한곳 들러
만지고 맛보고 주워담고 싶었지만

다시 오겠단 눈도장만 수없이 박아두고 지나친다.

마을로 내려와 배를 타고 이동하기까지
두 시간의 여유가 생겼다.

투어 중의 자유시간은 어찌나 꿀맛같은지
뭐부터 할지 고민하는 시간마저도 조청맛이다.

 바다에 왔으니 바지를 걷고 신발을 벗는 건
당연지사.
자갈 밟는 소리도 정겹다.

하루 만나 동행하는 일행이지만
각자 기념사진을 찍어주는 배려는 잊지 않는다.

뭘 더 하지않아도 그저 좋은
남부 지중해의 햇살과 바다를 끼고 앉은 사람들.

어느 것이 술빛이고
어느 것이 물빛인가

끝으로 배를 타고 이동하는 동선은
포시타노에서 살레르노까지.

두 시간여 동안 아말피코스트의 절경을 감상하는
남부환상투어의 '와일드카드'다.

해안 절벽에 어찌 저렇게
마을을 가꾸고 살았을까.

산등성이를 깎아 터를 만들고
산허리를 뚫어 길을 만들었다면
그처럼 아름답지 않았으리라.

오디오가이드에선
어느샌가부터 멘트가 아닌 음악이 나온다.
가이드님이 첫 번째로 고른 곳은
김동률의 '출발'

"아주 멀리까지 가보고 싶어
그 곳에선 누구를 만날 수가 있을지"


하루종일 열정적으로 우릴 이끌어주신
 자전거나라 가이드님.
소싯적엔 제법
"차오, 벨라(안녕, 이쁜이)"들으셨단다.

투어가이드란 직업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정도로
열정과 애정이 대단하신 분.

물결 뒤로 해가 저문다.
어쩌면 거제 해금강에 봤던 그 바다다.
아름답다.

 

살레르노에 도착해 이탈리안 피자로 배를 채우고
짧고도 길었던 투어를 마무리했다.

돌아오는 버스에서 가이드님은 마지막 순간까지
로마에서 꼭 들러봐야 할
커피가게, 젤라또가게, 식당을 열심히 일러줬는데
언제부턴가 잠들어버렸다.

그 곤한 숙면의 순간이
비로소 남부'환상'투어의 마무리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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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 2012.01.20 09: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꺄오~ 멋지다! 그 도토리 날 준듯한데? ㅋ

  2. 靑山居士 2012.03.03 08: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시 한번 들어와서 보다가 이제서야 댓글 남김 ㅋ
    근데 하루 투어비가 20만원이나 하는것에 놀라고, 저 모든걸 하루만에 볼 수 있다는 것에 더 놀라게 되네.
    나같음 20만원이면 살짝이 아니라 굉장히 많이 고민했을 것 같은데...근데 20만원짜리 값어치는 충분히 하는 일정 같다. 난 언제 가보나? ㅋ




이탈리아를 훑어 내려와
드디어 로마에 도착했다.

지금부터의 사진들은
3일 밤 동안 찍은 로마의 야경이다.

이곳은 스페인 광장.
한편의 연극 무대같은 느낌이 드는 건 나 뿐인가.
그들이 단지 잘나고 멋져서가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로마'를 연기 중인 배우같다.

사실 모든 로마의 야경이 그랬다.
구조물들은 연극의 무대장치이고
거니는 사람들은 행인1, 2, 3이며
이제 막 새로운 막장이 시작될 듯한 설렘-

이곳 트레비 분수에 모인 사람들도 모두
칸초네를 멋드러지게 읊조릴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한 표정이다.

트레비분수는 사실 싱겁게도 '삼거리분수'라는 뜻이지만
그곳이 주는 공기의 밀도는 정말이지 굉장하다.
How romantic!

가이드를 해주신 숙소사장님도 트레비분수를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분수에 머무는 어느 누구의 얼굴을 봐도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 없기 때문이란다.

트레비분수 중앙을 차지한 조각은 해신(海神) 넵튠(포세이돈)이다.
아래 거칠고 얌전한 두 마리의 말은 바다의 양면성을 상징한다.

 만든지 350년이 지났지만
대리석 위에 고인 분수 연못이 워낙 맑아서인지
세월의 흔적은 느낄 수 없다.

트레비 분수에서 어깨 너머로 동전을 던지면
로마에 되돌아온다는 전설-

난 왜 행운을 비는건줄 알고
팀원 부인의 순산기원 부탁까지 받아왔을까.

어쨌든 1유로 짜리 주화로 다시 돌아오기를,
500원 짜리 주화로 팀원 부인의 순산을 빌었다.

(2개월이 지난 지금 순산기원은 성공적)

어쩌면 동전이벤트는
관광대국 이탈리아의 마케팅전략이 아닐까 싶다.
이번에 들른
밀라노, 베네치아, 피렌체, 로마 모두
'다시 돌아온다'는 이벤트가 있었다.

이탈리아를 방문한 여행객들도 그곳에 다시 돌아오고자
동전을 던지고 동상을 만지겠지만

어쩌면 그들이 다시 돌아오길 간절히 바라는 건
정작 이탈리아 관광청이 아닐까.

참고로 트레비분수에는 매일 3000유로의 동전이 쌓이고
그 동전을 수거해 문화재 복원에 쓴다고 한다.

트레비분수에서 걸어서 3분 거리에 위치한 판테온.
'로마 신전은 이렇지 않을까'
싶은 그대로의 모습이다.

판테온은 몇 번의 소실과 재건을 거쳤지만
처음 건축한 사람은 미대생이라면 수없이 그려보았을
미대생의 연인, 아그리파 장군이다.
내부의 모습은 나중에 공개-

이곳은 나보나 광장이다.
고대 로마시대에는 원형 전차경기장이었다한다.

지금은 로만틱한 카페와 거리화가가 즐비한 곳이다.
이 곳 또한 무대장치와 무대조명과 배우를 보는 느낌.

이곳은 베네치아 궁전.
로마 여행 3일째에 들른 곳이다.
잠깐 머문 곳이지만 무엇보다 규모가 너무나 커서
놀라웠던 곳-


다음은 천사의 성.
페스트가 돌던 시절 교황이 이곳을 지나다
대천사 미카엘의 환영을 본 후
페스트가 멎었다는 전설이 있다.

성 꼭대기 중앙에 미카엘의 동상이 보인다.

천사의 성을 지나
강을 끼고 로마 밤거리를 걸었다.

이곳은 어디일까.
장소는 기억이 안나지만
그때의 기분만은 기억이 난다.

마지막으로 콜롯세움. 이태리어로 콜로세오(Colosseo).
로마 최대의 원형경기장이자,
제정 로마의 모든 건축기술이 총망라된 곳이다.

최대 7만 5천 명까지 수용이 가능했다 하는데
상암경기장이 6만 6천 명인걸 감안하면
AD 80년에 이런 경기장이 지어졌다는 게 놀랍기 그지 없다. 

그런데 이 엄청난 규모에도 아랑곳없이
뿜어져 나오는 로만틱한 기운 어쩔건가.


로마의 야경은 정말
로.만.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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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1.04 14: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낮보다 야경이 아름다워보이는군ㅋ가고싶다..늦게나마 잘 보고감ㅋ




피렌체에서의 마지막 날, 
일정상 여러가지 옵션이 있었다.

옵션 1) 두오모와 시내구경
옵션 2) 피렌체 근교 피사 1일 여행
옵션 3) 피렌체 근교 친퀘테레 1일 여행
옵션 4) 피사&친퀘테레 1일 속성

전날에 투어에서 만난 일행 두 명은 4번 옵션을 택했다.
아침일찍 나가서 피사의 사탑 '헤브빈샷'을 찍고
절경이라는 해변마을 친퀘테레를 둘러보는 일정.

피렌체는 피사, 친퀘테레, 아시시 등이 모두 가깝고
특히 친퀘테레, 아시시는 여행 깨나 했던 사람들도 강추하는 곳이라
언제 다시 올지모르는 내겐 더 끌리는 구성이었다.

하지만 결국엔 피렌체에 남았다.
시내는 이틀 동안 둘러봤고,
두오모는 올라가지만 않았을 뿐 머무는 내내 봤지만
그래도 왠지 피렌체에 더 머물고 싶었다.

천천히.천천히.
남은 일정을 소화하기로 했다.
이제 남은 건 두오모 뿐-

첫날, 두오모성당을 비롯 조토의 종탑,
산타마리아 노벨라 성당 등등 을 봤을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건
외벽의 독특한 문양이었다.
뭔가 엔틱 벽지같으면서도 오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알고보니 세 가지 색깔의 다른 대리석을 사용한 탓이라고 한다.
모두 원산지도 다르고 생산량도 많지 않았다는데
몇 백년 전에 이렇게 정교하고 장대한 작업을 해냈다는게
지켜보면 볼수록 감탄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다.

가만, 생각해보니 정오 즈음엔 사람들이 워낙 붐빈다.
(여기까지 사진은 전날의 모습)
지체 없이 두오모에 오르기로 했다.

(퐈이널리) 두오모에 올랐다.
정식 이름은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두오모)'이고
성당 꼭대기 부분을 '두오모 코폴라'라 칭한다.

준세이와 아오이가
서른 살 생일에 만나기로 했던 그곳-

내 나이 스물 세살에 이곳을 꿈꾸고
영화 속 그들보다 많은 서른 한 살에 결국 올랐다.

사진에 왼쪽에 보이는 '조토의 종탑'에 오르면
두오모를 가장 잘 볼 수 있지만,
그래도 올라보고 싶었던 곳인만큼 두오모를 택했다.

전날은 눈이 부실 정도로 화창했지만
두오모에 올랐던 날 아침은 날씨가 꽤 흐렸다.

시야가 흐릴까 걱정도 했지만
의외로 분위기는 한껏 더 낭만적이었다.

게다가 습기가득 늘어진 공기가
계단을 오르며 차오른 숨찬 기운을
시원하게 적셔주는 기분이랄까.
(그래 그건 좀 오버필이었다..)

날씨는 그닥 중요한 게 아닐지도 모르겠다.

아니나 다를까 여기도 자물쇠가 걸려있다.
Shelbs와 Nick이 왠지 부럽다.
혹여 둘 중 한 사람이 자물쇠를 따러 오진 않겠지-

좁은 난간을 천천히 빙빙 돌면서
사진을 찍고 올려다보고 또 찍고 내려다보고..

입에선 <냉정과 열정사이> BGM이 계속 흘러나오고
기분은 내내 촉촉하다.

어제 베키오 다리를 보면서도 그랬는데-
역시 피렌체는 '촉촉한' 도시다.

두오모 코폴라에서 내려오는 길
지붕을 안에서 올려다보면 바사리가 그린 '최후의 심판'이 있다.

가장 아래는 지옥, 올라갈수록 천국과 신의 영역으로 표현돼 있는데
상승감을 주는 동시에 정상의 빛으로 마무리하는 구성이 꽤나 인상적이다.

성당 내부 아래에서 올려다 본 모습-
구조적으로 상당히 드라마틱하다.


촉촉한 관람을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피렌체는 뭐랄까 다른 도시들과는 다르게
여행이라기보단 생활해보고 싶은 곳이었다.

만약 그랬다면 하나 밖에 없다는
저 한국식품점 단골이었겠지.
그리고 저 분은 '이모님'이 됐을지도 모르겠다.

피렌체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위해 식당을 찾았다.
'차차'라는 곳의 티본스테이크가 유명하다기에 가봤더니
왠지 혼자 궁상떨고 먹기엔 비싸보였다.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더니
점원이 친절하게도 바로 근처
'마리오'라는 곳을 추천해줬다.

좁고 복작거리긴 해도
알고보니 싸고 맛도 좋아 꽤 인기있는 곳이었다.
게다가 싱글의 장점은 금방 자리가 난다는 것-

과연 복잡하고 시끄러운 곳이었다.
그래도 왠지 진짜 피렌체에 온듯한 기운이 들어 싫지 않았다.

손가락에 집히는 스테이크 하나와 글라스와인을 주문했다.
이건 무슨 핏기도 안가신듯한 살덩이가 나왔는데
생긴 것관 다르게 상당히 맛있었다.

'차차'의 점원과 '마리오'의 주방장님께
 다시 한 번 그라찌에-

남은 두 시간은 자전거를 타기로 했다.
준세이가 화방을 다니며 타던 자전거-

일거라 생각했는데 중앙역에서 빌린 자전거 안장이 너무 딱딱해서
도로 특성상, 타는 내내 엉덩이가 아주 그냥 얼얼...
가끔씩 일어나서 탔던게 꼭 신나서 그런건 아니었다. 


그래도 투어하면서 지나쳤던 풍경들
가이드책자도 주목하지 않는 길들을 다니는 성취감은
기꺼이 내 엉덩이를 헌사하고도 남을..(응?)

지도 밖으로 달리다가
맘에 들면(엉덩이가 아프면) 쉬어가고-

그렇게 마지막 두 시간을 보내고
피렌체 일정을 마무리했다.

돌아오고나서 한 친구가
여러 도시 중 어디가 제일 좋았냐고 물었는데 피렌체라고 답했다.
말로 간단히 답하기 보단
같이 가서 보여줬으면 싶은 마음이었다.

'피렌체에 다시 돌아온다'는 황금멧돼지도 문질렀으니
언젠가 다시 기회가 있을 것이다.

그땐 이방인이 아닌 그 장면에 섞여 든 사람으로
아는 척 좀 하고싶다.

어쨌든 이제,
로마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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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lth 2011.11.28 09: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두오모 컷에서 아침이 느껴진다.

  2. S 2011.12.02 20: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정말 야무지다 :) 자전거의 비밀을 알아내고왔군 ㅋ




이제 벌써 피렌체.
행선지로는 절반, 일정으로는 1/3이 지났다.


직장인에게 휴가란
에스프레소 한 모금 넘기는 시간만큼이나 짧다.
그리고 그 여운은, 길다.

베네치아에서 피렌체까지 기차로 두 시간을 거쳐
중앙역 컨텍포인트에서 민박집 사장님께 전화를 드렸다.

(Rrrrrrrrrr~~)
"검은색 가방 메셨죠?"
네? 네- (지..켜보고 있다..)
"뒤돌아보세요-"
네? 네- (근데 '여보세요'는 언제하실..)

저기 멀리 털보아저씨가 손을 흔든다.
한 손에 시장바구니를 들고..
생긴 건 험해도 해치지 않는다던 공지글이 생각났다.
과연 가까이 가서 보니 인상이 참 좋다.

                                                                    '피렌체두에'민박은 
                                                    이번 여행에서 묵었던 민박을 모두 포함해서
                                                      가장 엔틱하고 그래서 또 아늑한 곳이었다.


                                               두께가 10cm는 되어보이는 나무문을 밀고 들어가면
                                                        더 멋진 철제 입구가 입구가 보인다.
                                                               하- 여기 너무 맘에 든다.

                                                      베네치아 스위트홈 민박이 티.오.피라면
                                                     피렌체 두에민박은 오리지날 드립커피다.


                                                   여긴 엘리베이터 앞. 문을 직접 열고 닫아야 한다.
                                                   내부 크기는 신문지 한 장 펼친 정도로 매우 좁다.

                                                           이곳의 모든 구조, 가구, 분위기는
                                                    모두 오래되고 투박하다. 그래서 고급스럽다.

피렌체두레민박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숙소 테라스에서 두오모가 보이기 때문이다.
두오모 너머 지는 석양을 보면서 와인을 마시는 기분-
그거 참 좋다.


                                                 숙소에서 사장님이 차려주신 근사한 저녁을 먹고
                                                   그날 만난 일행들과 시내야경 투어를 나섰다.

                                                     피렌체는 가로등을 건물 외벽에 달았는데
                                          외벽 조명으로도 손색이 없지만 거리도 훨씬 깨끗해 보인다.
                                                               작지만 근사한 아이디어-


 시뇨리아 광장 중심부을 차지한 이곳은
피렌체(토스카나) 공화국 시절의 청사 건물이었던 베키오 궁전.

오백년의 역사를 지닌 이곳은 아직도 시청사로 쓰이고 있는데
입구 양쪽은 다비드와 헤라클래스가 든든히 지키고 있다.



 

사실 이곳의 다비드상은 미켈란젤로의 원본이 아닌 모작이다.
근처 미켈란젤로 언덕에 있는 다비드상도 마찬가지-
원본은 훼손된 이력이 있어 지금은 아카데미아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다.

다비드상은 실제로 보면 생각보다 두상이 크다. 대두(大頭)다비드..
신이 내린 천재 미켈란젤로가 그 사실을 몰랐을리는 만무하고
애초에 대(臺) 위에 올려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볼걸 감안한 비례라고 한다.

내가 제대 후 복학해서 빌빌거리고 있었을 26살 무렵,
미켈란젤로는 5m짜리 대리석 돌덩이에서 다비드를 꺼냈다.

 

30여분을 더 걸어 미켈란젤로 언덕에 올라
이탈리아의 '오비라거'인듯한 '비라모레띠'를 마시며 야경 감상-

오른쪽은 시뇨리아 광장근처 황금 멧돼지상인데,
코를 만지면 피렌체에 다시 돌아온다는 전설이 있다.
(그건 그렇고 난 왜 멧돼지보다 볼살이 올랐나..)

 


  이곳은 피렌체 두오모성당 못지않은 뷰포인트 베키오다리.
  베키오 다리는 낮이던 밤이던 정말 아름답다.

동행한 분이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구매하신 와인 두 병을
숙소에 돌아와 분위기를 안주삼아 마셨다.
알싸한 숙면의 밤이었다.

 

다음날 아침, 자전거 나라 피렌체 투어를 위해
산타마리아 노벨라 성당으로 출근-
10분의 여유시간은 역시 에스프레소에 담았다.

 

 

전날 밤에 들렀던 시뇨리아 광장 중앙에는
넵튠(포세이돈)상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촬영 즈음 부터는 포세이돈 아니랄까봐 하루종일 분수를 뿜어댔다.


피렌체 투어의 첫번째 행선지는
르네상스 미술의 정수가 간직된 우피치미술관.
'우피치'는 싱겁게도 '오피스', 사무실이란 뜻이다.

'메디치'가의 공무집행실을 꾸민 것이 시초가 된 탓인데,
실제로 집(궁)과 집무실을 회랑을 통해 오가는 구조로 되어 있다.

근대 미술 작품배치의 기본인 연대순 전시원칙이
바로 우피치 미술관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전시실 내부는 촬영이 불가한지라
                                                    잡념없이 마음 놓고 가이드 설명을 좇았다.



작품 수가 워낙 많아 다리도 아프고 지치던 차에
미술관 내 야외 카페에서 잠시 휴식-
난간 너머로 두오모가 보인다.
 


이곳은 전날 밤에 (작고)촉촉한 눈으로 감상했던 베키오다리.
우피치 미술관 복도 창가 너머 보이는 다리 가득 달린 집들은
예술가들이 화랑 겸 숙소로 사용했던 곳이다.

두 세시간의 벅(숨)찬 감상을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르네상스 최대의 회화 미술관답게 근처에는
거리미술가와 그림들이 한가득이다.

점심시간 겸 두 시간의 자유시간을 받았다.
카페에서 죽치고 쉴까 하다가 시장을 돌아보기로-


                                            피렌체는 가죽이 유명해 가죽제품들이 시장에 그득했다.
                               한참 구경하다 형 선물로 가죽벨트를 하나 샀다. (그걸로 날 때리진 않겠지..)


 

                                                     시장은 역시 어딜가나 특유의 활기가 있다.
                                        어릴 적 고사리손으로 엄마 손가락을 꽉 쥐고 다니던 설렘을
                                                              만리타역에서도 새삼 느낀다.


파스타의 나라답게 종류와 모양이 다양하다.
몇년 전까지 파스타는 그저 스파게티밖에 몰랐던 내겐 이것도 신세계-

 

 

                                                        점심은 시장에서 파스타와 맥주로 해결-
                                                                 역시 시장이 반찬이다.(응?)


나오는 길에 봤던 두오모 모양의 우산.
지금 보니 살걸 그랬다는 생각이 무진무진 든다.


오후 첫 코스는 베키오궁전 내부.
이젠 일행들과도 편해진터라
몸도 마음도 여유가 생겼다.

다음은 단테성당.
좁은 규모와는 달리 장엄한 분위기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내부에는 단테가 베아트리체를 만나는 장면을 담은 회화가 걸려있다.
언젠가 '신곡'을 꼭 읽어보리라 다짐해본다.

                                     최근에 한 이름모를 조각가가 성당 근처 바닥에 단테를 새겨놓았다.
                                        물을 부으면 형체가 나타나는지라 이곳은 항상 물에 젖어있다.

 

 

                                                우피치미술관 창가에서 봤던 베키오 다리로 가는길

                                                  연인들의 자물쇠 사랑은 이곳에서도 볼 수 있다.

                                                      베키오다리 위 포인트는 하도 유난스러워
                                                  최근엔 벌금이 한화로 100만원까지 치솟았단다.
                                                                 정말 연인들의 도시답다.
 


베키오 다리 아래를 흐르는 아르노강 옆으로 이어진 건물이
바로 우피치궁이자 미술관이다.

시종일관 피토하듯 열강해주신 가이드님과 기념샷
가이드는 정말 애정과 열정과 순정이 없으면 못할 일이다.
존경해 마지않는다.


마지막 코스로 미켈란젤로 언덕에 다시 올랐다.
이미 들른 곳이지만,
해지는 노을광경이 유명하단 말에 자리깔고 앉았다.


피렌체의 석양을 기다리며 마시는 맥주.
무엇과 비교할 수 있을까.

언덕 난간 가득히 자리잡은 사람들.
모두들 촉촉해지고 있다.


한시간쯤 지났을까. 피렌체에 석양이 지고 있다.
순간을 담은 사진이라기보단
좌에서 우로 흐르는 영상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해는 서산 뒤로 넘어갔고,
가이드는 퇴근했다.


가로등이 하나 둘 켜지는 아르노 강변을 걸으며 투어가 모두 끝났다.
일행들과 페이스북 계정을 공유하고 기념사진도 찍었다.

기념사진이 담긴 카메라의 주인은 아직
유럽 어딘가를 돌고 있을 것이다.
아니면 나만 친구추가를 안했거나..(왜..?)

벌써 이틀째가 저물고 이제 마지막으로 두오모가 남았다.
씨유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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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 2011.11.19 13: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알차다! 그런데 가이드를 받는게 더 재미나?

  2. YUNMI 2012.01.05 03: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두레민박 사이트 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그냥 검색해서는 안나오네요ㅠ

  3. 2014.02.27 00: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이층침대에서 잠들었지만
아래층까지 푹꺼질 정도로 매트리스 깊숙히 몸을 묻고
그야말로 (코-)잘잔 아침,
생체리듬은 이제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왔다. 



'스위트홈'민박은 매일 아침 여행자들을 위한 가이드 브리핑이 있다.
베네치아의 건축, 주요 포인트, 루트 등의 내용-

그런데 그 날은 사장님이 아닌 직원분의 브리핑이었다.
죄송하지만 귓등으로 듣고 첫번 째 목적지 부라노로 가기 위해 숙소를 나섰다.

 

 

 

 

일정상 대부분 오후 늦게 다음 도시에 도착하게 되는데
야경을 먼저 보고 이른 아침의 정경을 보는 순서가 나름 만족스럽다.
아직은 붐비기 전 본섬의 주거지역 풍경들- 


이제 베네치아도 가을날씨로 접어들긴 했지만

아직은 도톰한 남방셔츠 하나면 충분-


40여 분을 배로 달려 부라노에 도착했다.
입구부터 피쉬앤칩스, 에스프레소의 향이 코끝을 자극한다.
아침을 든든히 먹고 온 터라 잠시 미뤄두기로-


숀 코네리나 조지클루니의 영화를 한번이라도 본 남자라면
'나도 저렇게 늙고싶다'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이곳에 와서 때때로 만나는
지긋한 중년의 과감한 컬러매치를 보다 보면
 슬림한 몸매와 턱시도가 없어도 과연 저렇게 늙고싶단 생각이 절로 든다.

우리나라 중년이라고 멋과 컬러감 가득한 스타일이 없겠냐만은
대체로 골프장이나 산에서만 발휘되는 게 좀 아쉽달까.

나도 무채색을 주로 입는 편인데
때론 과감할 필요가 있겠다.


마을 초입부터 집 외벽색깔이 심상치 않다.
심장은 점점 pit a pat-


이윽고 밝고 강렬한 색의 집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날씨가 좋아서일까. 눈이 부시다.


여긴 정말 찍으면 엽서가 되는 곳이다.
DSLR이던, 콤팩트카메라던, 스마트폰이던 상관없다.

자체선정 부라노 베스트샷-


살다살다 빨래가 예쁠 줄이야.
촌스럽지만 자꾸만 눈이 간다.

 
 


숙소에서 나처럼 귓등으로 브리핑을 듣던 일행을 만나
나름 '헤브빈(인증)샷'도 찍어 본다.

그리고 아마 이발소인듯한 저 곳은 
들어가보면 인상좋은 아저씨가 모닝 에스프레소를 마시다
입술을 모아 "본 조르노~" 하고 기분좋게 반길듯 하다.
 


속속 부라노 선착장에 여행객들이 몰리기 시작하더니
조용하던 마을에 활기가 돌기 시작한다.

 

 


베네치아는 옛부터 가면을 쓰는 풍습이 있는데
축제로도 유명한 만큼 다양한 종류의 가면과 소품들이 가게마다 즐비하다.

사실 가져오면 딱히 쓸모 없을 것들이라
괜히 들뜨는 구매욕을 애써(가격을 보고) 가라앉힌다.

 


대신 줄 사람이 있어
유리공예로 유명한 '무라노'산 악세사리를 하나 샀다.

점원에게 괜스레 "프람 무라노?"라고 묻자
"예스! 무~우~라~노~"라고 기분좋게 확답을 준다.


아래 사진은 텍스트만 올려붙이면
이 곳에서 산 엽서와 거의 흡사하다.

잠시 흥분한 나머지 엽서 스무장 가량을 산 것 같은데
회사 팀원들에게 돌리고 나니 남은게 없지만
인화로도 충분히 대신할 수 있을듯 하다.
 


잠시 함께한 일행들과 에스프레소를 한 잔 마시고
부라노를 나왔다.


베네치아의 강물과 그 끝에 이어진 색색의 건물들과
그 강물을 여유롭게 지나는 곤돌라들.
(이런 베네치아도 한때는지중해의 해상강국이었다고 한다.)



정오쯤 됐을까.
바야흐로 베네치아 하늘에 태양이 가득하다.


잠시 후 산마르코 광장 선착장에 도착했다.
곤돌라는 정박해 있는 순간조차 근사하다.

이곳의 노을은 한 번 보면 평생 잊을 수 없다 한다.
놓친게 아쉽지만 왠지 다시 올 것 같은 기분.


더위를 피하고 추워지기 전인
9월 말에서 10월 초가 베네치아 여행엔 최적기인듯 싶다.
한달만 지나면 장마가 시작된다고 한다.


광장 쪽에 들어서자 대종루와 산마르코 대성당,
그리고 두칼레 궁전이 보인다.

특히 두칼레 궁전은
야경과는 다른 백색의 우아함이 가득-


높이 96미터의 대종루에 오르면
베네치아의 전체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고 한다.

입장료는 6유로쯤?
값어치야 충분하겠지만 대기하는 줄이 길어 돌아섰다.


사진에는 제대로 나오지 않았지만
산마르코광장에는 비둘기가 사람만큼 많다.

현지인만큼이나 이곳에 잔뼈가 굵은만큼
사람들을 피하지 않고 잘 어울린다.



벌써 5년지기 리코카메라는 하이엔드급 콤팩트이지만
광장의 기둥도 거뜬히 잡아낼만큼 화각이 풍부하다.
(물론 그래도 600d 갖고싶다)


전날의 그 카페에선 오늘도 이탈리아 칸초네가 연주되고 있다.
갑자기 서서 보던 관객 중 하나가 그 연주에 노래를 붙인다.
연주자는 다시 그 노래에 박자를 맞추고 사람들은 "viva~!!"를 연호한다.

이 사람들 참, 사랑스럽다.


드디어 젤라또를 손에 들었다.
로마에 내려가기까지 기다릴 순 없는 노릇이다.

광장을 등지고 햇살 가득한 강물을 바라보며 처음 맛본 젤라또의 느낌은
한달이 지난 아직도 혀 끝에 생생하다.


 베네치아를 여행하기에
과연 이날보다 더 좋은 날이 있었을까.

숙소를 나선 이후로 베네치아를 둘러보는 내내
심장이 10cm는 떠밀려 올라간 듯
들뜨고 벅찬 기운이 온 몸에 가득했다.


"창공에 빛난 별 물위에 어리어 바람은 고요히 불어 오누나"
"내 배는 살같이 바다를 지난다 산타루치아- 산타루치아-"

곤돌라의 뱃사공 곤돌리에르는 베네치아의 명물답게
역사, 문화 등의 엄격한 자격시험을 통과한 전문직이다.

그리고 그 중에 일부는 노래(칸초네)실력도 갖추고 있는데
결국엔 듣고야 말았다. 산타루치아를-

그들의 언어를 머리론 이해할 순 없지만
가슴 가득 느낀다.
베네치아 여행 최고의 순간이었다.


다시 리알토 다리로 돌아왔다.
그리고 숙소에 맡겨둔 배낭을 챙겨 산타루치아역으로 향했다.

역시나 짧지만 강렬했던 기억.
'(연인을 품에 안고)꼭 다시 오리라' 맘 속 깊이 다짐하고
피렌체 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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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1.08 02: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봤다~!!
    눈부신 햇살을 보니 휴가 날짜 운이 좋았던 것 같구만.
    베니스 사진을 보니 예전 mbc에서 했던 만화, 돈데크만 나오던 "시간탐험대"가 생각난다.
    배경이 베니스였는데..무슨 다리 밑에서 사랑을 고백하면 영원히 이루어진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는..."한숨다리?"라고 기억하는데....아닌가...아님 말고. ㅋ
    나도 언젠가 가보고 싶은 곳이구만...

    무라노?라는 곳...
    중학교 때 읽었던 대한항공 승무원이 쓴 "엉뚱한 지구촌 답사기"라고...재밌게 읽었던 책이 있었는데, 거기서 베니스에 갔다가 공짜 배라고 해서 탔다가 엉뚱한 곳에 도착해서 결국 베니스 구경은 못하고 돌아왔다고 했던 글을 읽은 기억이 난다. 그 때 공짜 배를 타고 도착했다는 곳이 무라노라고 했는데....이걸 보니 무라노에 대한 선입견?도 없어지는 듯 하네..ㅋ 뭐..그런 지엽적인 것까지 생각이 나는지 ㅋ

    • 유비쿼터스카페 2011.11.08 13: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 아주 깨알같구나~ 니가 말한 다리는 탄식의 다리ㅋ 베네치아 주변섬이 부라노, 무라노, 리도 등등이 있는데 이름이 좀 헷갈리니깐 나중에 가더라도 잘 보고 가ㅋ

  2. S 2011.11.08 18: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 지금 베네치아 다녀온거 같구나 :) 어릴적부터 늘 꼭 가보고 싶은 곳이였는데, 정말 가보고 싶다 :D




물위의 도시, 베네치아로 가는 열차가

밀라노를 떠난지 두시간 사십분만에 목적지 산타루치아역에 도착했다.

 


기내에서 보낸 시간을 제외하면 아직 첫날임에도
벌써 에스프레소향(과 가격)은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이윽고 하차- 산타루치아역 플랫폼을 나서는 순간
베네치아는 사정없이 눈 앞에 달려든다.

역 앞 광장이 끝나는 지점부터 이어지는 수많은 상가와 노점, 그리고 사람들.
'베니스의 상인'이 '도떼기시장'에 한가득이다.
어쩐지 그 활기가 싫지 않다.

참고로 베네치아는 차가 없어 수상택시의 일종인 '바포레토'로 주로 이동하는데
하루 일정이라면 24시간권(18유로)을 구입하면 알맞다.


내가 도착한 시간은 오후 5시 45분, 벌써 해가 질 무렵이다.
짐을 풀 수 있는 첫번 째 숙소 '스위트홈 민박'으로 얼른 이동하기로-

그런데 어라?
숙소에 전화 연락이 안된다.
픽업장소에서 멍하니 영문도 모르고 이태리 ARS를 듣고 있자니 참..
(어찌된 영문인지 영문으로 말해주면 안되겠니-)

알고보니 이미 로밍된 폰으로 국가번호를 눌러서였다.
촌스럽게 국가번호도 안외우고 온 탓이다.

 


이십여 분을 고민하다 지나가는 동양인을 붙잡고,
"한국인이세요?"
"네~"
"혹시 스위트홈 아세요?"
"거기 묵어요! 따라오세요~"
(아무렴요 감사합니다ㅠ)


스위트홈민박은 사이트에서 보던대로
홍대 카페같이 아기자기하고 깔끔하다.

다만 워낙 유명하고 드나드는 사람이 많다보니
한편으론 다소 시스템화 되어 있다는 느낌도 없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정 붙이긴 좀 어려웠다.


어쨌든 숙소에 있던 다른 일행들과
(과연)간단하게 케밥과 피자를 마시듯이 먹고
다시 혼자 야경투어를 나섰다.


베네치아 야경을 병맥 하나 손에 들고
나서는 기분은 정말!
(배경은 베네치아 여행이 시작되는 곳, 리알토다리-)


베네치아 9pm
리알토 다리 위에서-


다음은 베네치아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라는 산마르코 광장.
'ㄷ'자 모양의 웅장한 건물이 광장을 드넓게 감싸고 있다.
나폴레옹은 이곳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응접실'이라 칭했다 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건
곳곳의 카페 야외무대에서 들려오는 환상적인 연주들-

알고보니 모두 수 백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카페이고
수 많은 예술가와 사상가들(과 카사노바)의 사랑을 받았다 한다.

저 곳에 연인과 함께 앉아 있노라면
그 사람을 그 순간을 과연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싶다.

저들의 인생이 아름답다.


<보통의 존재>를 보면 이석원은 여자친구가 생기면
하얏트호텔 커피숍에 데려간다고 했는데
스케일을 (다소 좀 과하게) 키운다면 단연코 여기가 아닐까.


산마르코 광장은 나이를 막론하고
키스를 하는 사람들이 유난히 눈에 자주 띄었다.

과연 충분히 공감할만큼 너무도 로맨틱한 곳이어서
내가 날 안을뻔 했다.


산마르코 광장 뒷편은 명품브랜드숍으로 가득 차 있다.
늦은 시간이어서 대부분 문을 닫았지만
가게 조명은 그대로 두어서 그런지 둘러보긴 더 좋았다.


베네치아의 상징, 곤돌라-


이곳은 약간은 후미진 골목 끝 카페였는데
분위기가 맘에 들어 들어가보고 싶었지만
돌아올 시간이 빠듯해 사진만 남겼다.


분위기에 홀려 정신없이 다니다
열한시가 넘어 겨우겨우 마지막 바포레토를 타고
숙소가 있는 리알토다리로 되돌아 왔다.

숙소는 이미 객들의 잔치가 되어 있었지만
왠지 눈과 귀에 담은 장면들을 쉽사리 잊을까싶어
섞이지 않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거의 40시간 만에 눕는 침대라 그런지
과연 '스위트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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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 2011.10.31 13: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로맨틱하다. '내가 날 안을뻔 했다.' 당신 참 멋지요.ㅋ

  2. 2011.11.03 21: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good!
    중국의 베니스라는 상해 인근 쑤저우에 가본 나로서는
    지저분한 중국보다 역시 베니스다 라는 느낌이 확 오는걸 ㅋ
    여기 곤돌라 타고 뱃사공 노래 들으면 한 밑천 달아난다고 들었는데..산타루치아라도 듣고 왔는가?



 


밀라노에 들어가기 전 경유지 아부다비 공항.
중동에 관문이자 세계 70여개 도시로 연결되는 허브답게 무려 wi-fi가 잡힌다.
덕분에 3시간 남짓 대기시간이 심심치 않다.
facebook..instagram..twitter..kakao..(melon 100..)


밤늦은 시간임에도 경유항공편을 기다리는 여행객들이 많아 면세점이 분주하다.
디르함(AED)으로 어지럽게 붙은 가격표를 보니 그닥 싸진 않다. 패스-


아침 7시 밀라노 말펜사공항(MXP)에 도착-
숙소를 정하지 않고 오후에 바로 베네치아로 이동할 예정이라
내게 주어진 여유는 어림잡아 9시간.
여유로이 하지만 마음껏 독주해보기로 한다.

 


말펜사 공항의 느낌은 뭐랄까.
기대보단 아담하니 그닥 크지 않은 느낌?

입국수속 너무 간단해서 흡사 제주 느낌?
이른 아침이라 한산해서 나만 들뜬 느낌?

 


잠시 둘러보다 더 이상 지체할 여유가 없어 
공항버스타고 시내로 이동-
편도 7.5유로지만, 티켓창구 직원 도움으로 Round Trip(왕복) 티켓을 12유로에 구입.
처음으로 "Grazie~" 한 번 써 본다.


알랭드보통의 <여행의 기술>을 보면,
'인생에서 비행기를 타고 하늘로 올라는 몇 초보다
더 큰 해방감을 주는 시간은 찾기 힘들다'는 문장이 나온다.


내 경우를 보태자면,

여행지 공항에 도착해서 버스를 타고 시내로 들어가는 동안이 아닐까-

그곳의 햇살, 주변의 산세, 코끝에 전해지는 공기의 내음, 또 색다른 이정표까지..
일상을 떠나 있다는 묘한 성취감과 생경한 도시의 첫인상이
절묘하게 배합되는 순간이다.


공항버스의 종점, 밀라노 중앙역에 도착-
교통수단과 관계 없이 밀라노의 모든 여행이 시작되는 곳답게
규모와 위용이 만만치 않다.


아직 10월 초순,
도톰한 남방 하나면 충분할 듯했던 날씨가 어느새 쌀쌀해졌다.
배낭에서 집업을 얼른 꺼내 입는다.


지하철과 버스를 아우르는 시내교통 티켓은
'타바키'라는 담배가게에서 구입할 수 있다.
가이드북에 소개된 3유로 1일권이 그새 4.5유로로 올랐다.
믈론 이 정도 미스쯤이야 예상못한 바는 아니다.


어쨌거나 중앙역에서 첫번째 목적지 두오모로 이동-
10분도 채 안걸리는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라노 두오모 대성당의 모습.
지하철 출구를 나오는 순간 바로 눈 앞에 들이닥친다.
고딕양식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라고 한다.
일단 성당 내부에 들어가보기로-


약간은 어둡고 경건한 분위기 속에 미사가 진행 중이다.

 


내 카메라로는 담을 수 없는
스테인드글라스에 잠시 감탄하다 두모오 첨탑 위로 이동.


고작 10분 남짓 오르는 동안이지만
쉼 없이 올랐더니 허벅지에 찌릿한 통증이 온다.



정상 부근-
햇살이 선명해질수록 하늘도 파래지고
첨탑의 형상도 또렷해진다.


밀라노 두오모 옥상은 관람객에게 공개되어 있는데
지상에선 다 볼 수 없는 첨탑의 섬세함과 그 규모에 걸맞은 풍광을 볼 수 있다.


자체 선정 밀라노 best scene-


목캔디 100알을 한 번에 삼킨 듯
꽉 막힌 콧 속이 한 방에 뚫린 듯
새파란 하늘을 거침없이 찌르고 오른 첨탑의 모습은
너무나도 호쾌한 짜릿함을 준다.


정상에서 바라 본 두오모 광장의 모습.


이번 여행은 왠지 혼자인 게 아쉬워
되도록 사진을 남겨두기로 했다.
국적을 가리지 않고 아무에게나 '익스큐즈미'샷-


두오모를 등지고 오른편에는
1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대형 아케이드가 있다.
이름도 거룩하야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갈레리아'


아케드 중앙을 십자로 가르며
사방의 건물을 연결하는 창 구조물이 인상적이다.



이곳에 입점 해 있는
프라다, 에트로, 베르사체, 돌체&가바나, 조르지오 아르마니..
모두 본점(이거나 말거나 난 그저 지나갈 뿐)이다.
발터벤야민이 말한 '산책자'처럼-


아케이드를 빠져나와 스칼라극장을 지났다.
베르디, 푸치니의 오페라를 초연한 곳이라고 하는데
오페라 관람경험이 많지 않은지라 특별한 자극은 없었다.

 

 


오히려 거리를 배회하며 담은 사진들이 좋다.
밀라노는, 아니 이탈리아는 대체로

중년의 옷차림과 젊은 여성과 어린 아이가 예쁘다.
 



독특한 모양의 차량통행금지 표지판-
패션과 디자인의 도시 답다.


금발의 세 모녀가 자전거를 타는 모습이 보기 좋아서 한 컷.
밀라노는 도시 한복판에서도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굉장히 많은데,
차량행렬이나 도로환경이 그들을 배려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자전거 전용도로가 자동차 주차장이 되어버린 우리와 비교되는 부분-


브레라 미술관으로 이동하는 길.
오페라 카루소를 틀어놓고 혼신의 립싱크를 하시던 아저씨-
'슈퍼패스' 드리고 싶다.

 
다시 얼마 동안을 걸어 브레라 미술관 도착-
미술관이 속한 브레라 궁 안뜰에는 나폴레옹의 동상이 있다.
브레라 미술관이 탄생한 해에 이탈리아 왕으로 제위했기 때문이라나.


브레라 미술관에는
중세에서 현대까지 1천여 점 이상의 회화가 전시되어 있는데,
천천히 둘러볼까 하다가
피렌체 우피치와 로마 바티칸을 볼 예정이라 패스-


그래도 아쉬우나마 방문한 흔적을 남겨본다.


그리고 다시 시내로 파고들었다.
생각보다 길 찾기가 어렵지 않아 마음 내키는 어디로든 꺾어 들어갔다.
그리고 거기서 만나는우연한 모습들이
도시를 좀 더 솔직하게 보여준다.


 

 


로마까지 내려가보고 다시 느꼈지만
확실히 밀라노는 도회적이고 깔끔한 인상을 준다.
 


걱정과 달리 날씨가 정말이지 화창했다.
나처럼 시간이 얼마 없는 여행자라면
미술관이나 상점을 보는 것보단 거리를 '배회'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메트로의 M을 보며 밀라노의 M을 떠올렸다.
깔끔하고 날렵한 폰트가 밀라노의 인상과 닮았달까-
(물론 로마를 비롯한 다른 도시에도 저 표식을 쓰고 있다.)


몇 시간을 독주했더니 잠시 쉬고 싶어
드넓을 공원을 끼고 있는 스포르체스코성에 들렀다.
입구 분수대 앞엔 중국인 신혼부부가 리무진을 대놓고 기념사진이 한창이다.
좀 촌스러워도 돈 잘쓰는 그들을 이태리도 좋아하리라.


다빈치도 관여했다는 스포르체스코성의 외관.
여기에도 물론 미술품이 한가득이지만 난 쉬고 싶어 들렀을 뿐-


한나절의 여유가 고작인 여행자의 눈에
한없이 여유로와 보이는 그들의 모습은 부럽기 그지없다.
그늘이 감싼 벤치에 앉아 잠시 멍하니 바라보며 쉬던 무렵-
 


공원의 반대쪽 끝에는 개선문 같은 게 있는데
굳이 이름과 사연을 뒤적여보진 않았다.
뭐 이 정도는 흘려보아도 아쉽지 않다.
 


공원 밖으로 나왔더니, 가이드서적 시내지도를 벗어나버렸다.
그래도 걱정할 건 없다.
지하철이 있는 도시에선 어딜 가더라도
메트로 표식만 찾아들어가면 통하게 되어있으니-

마을버스정도 크기의 옛날 트램을 타고
이리로 저리로 한시간 남짓 지도 밖을 떠돌았다.
혼자 여행이어서 가능했던 시간.


여행객 사이에선 바이블로 통하는 '이탈리아데이'
빳빳하던 책표지가 하루 만에 어느덧 해어져간다.


어느덧 3pm.
출발지점(중앙역)으로 되돌아와 간단히 허기와 갈증을 채운다.
서서 먹는 음식이 이럴 땐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밀라노 중앙역 플랫폼의 모습.
잠시 눈에 익혀두고 베네치아행 기차에 올랐다.

9시간의 독주-
역시 서두른 감이 있지만 일주일 뒤 다시 돌아온다.
씨유 넥스트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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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hui 2011.10.26 01: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진심으로-다른어떤여행책보다재미지게읽음ㅋ 글빨이곧말빨을따라잡겠구나.. 낼출근길에또한번들르리! 역시기대작다워

  2. S 2011.10.27 09: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정말 찰지구나. 저녁에 또 읽어야지 최고! 힂 유럽가자가자!

  3. 2011.10.27 21: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유럽 유수의 성당에서 직접 미사 참례를 하고 싶었지만, 아직 기회는 없어서 아쉬운 마음 가득인데..넌 미사에도 많이 가보고...좋았겠네..
    파란 하늘을 보니 정말 운이 좋은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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