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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1.21 [유비트립 italy] 피렌체, 촉촉한 도시 (4)


피렌체에서의 마지막 날, 
일정상 여러가지 옵션이 있었다.

옵션 1) 두오모와 시내구경
옵션 2) 피렌체 근교 피사 1일 여행
옵션 3) 피렌체 근교 친퀘테레 1일 여행
옵션 4) 피사&친퀘테레 1일 속성

전날에 투어에서 만난 일행 두 명은 4번 옵션을 택했다.
아침일찍 나가서 피사의 사탑 '헤브빈샷'을 찍고
절경이라는 해변마을 친퀘테레를 둘러보는 일정.

피렌체는 피사, 친퀘테레, 아시시 등이 모두 가깝고
특히 친퀘테레, 아시시는 여행 깨나 했던 사람들도 강추하는 곳이라
언제 다시 올지모르는 내겐 더 끌리는 구성이었다.

하지만 결국엔 피렌체에 남았다.
시내는 이틀 동안 둘러봤고,
두오모는 올라가지만 않았을 뿐 머무는 내내 봤지만
그래도 왠지 피렌체에 더 머물고 싶었다.

천천히.천천히.
남은 일정을 소화하기로 했다.
이제 남은 건 두오모 뿐-

첫날, 두오모성당을 비롯 조토의 종탑,
산타마리아 노벨라 성당 등등 을 봤을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건
외벽의 독특한 문양이었다.
뭔가 엔틱 벽지같으면서도 오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알고보니 세 가지 색깔의 다른 대리석을 사용한 탓이라고 한다.
모두 원산지도 다르고 생산량도 많지 않았다는데
몇 백년 전에 이렇게 정교하고 장대한 작업을 해냈다는게
지켜보면 볼수록 감탄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다.

가만, 생각해보니 정오 즈음엔 사람들이 워낙 붐빈다.
(여기까지 사진은 전날의 모습)
지체 없이 두오모에 오르기로 했다.

(퐈이널리) 두오모에 올랐다.
정식 이름은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두오모)'이고
성당 꼭대기 부분을 '두오모 코폴라'라 칭한다.

준세이와 아오이가
서른 살 생일에 만나기로 했던 그곳-

내 나이 스물 세살에 이곳을 꿈꾸고
영화 속 그들보다 많은 서른 한 살에 결국 올랐다.

사진에 왼쪽에 보이는 '조토의 종탑'에 오르면
두오모를 가장 잘 볼 수 있지만,
그래도 올라보고 싶었던 곳인만큼 두오모를 택했다.

전날은 눈이 부실 정도로 화창했지만
두오모에 올랐던 날 아침은 날씨가 꽤 흐렸다.

시야가 흐릴까 걱정도 했지만
의외로 분위기는 한껏 더 낭만적이었다.

게다가 습기가득 늘어진 공기가
계단을 오르며 차오른 숨찬 기운을
시원하게 적셔주는 기분이랄까.
(그래 그건 좀 오버필이었다..)

날씨는 그닥 중요한 게 아닐지도 모르겠다.

아니나 다를까 여기도 자물쇠가 걸려있다.
Shelbs와 Nick이 왠지 부럽다.
혹여 둘 중 한 사람이 자물쇠를 따러 오진 않겠지-

좁은 난간을 천천히 빙빙 돌면서
사진을 찍고 올려다보고 또 찍고 내려다보고..

입에선 <냉정과 열정사이> BGM이 계속 흘러나오고
기분은 내내 촉촉하다.

어제 베키오 다리를 보면서도 그랬는데-
역시 피렌체는 '촉촉한' 도시다.

두오모 코폴라에서 내려오는 길
지붕을 안에서 올려다보면 바사리가 그린 '최후의 심판'이 있다.

가장 아래는 지옥, 올라갈수록 천국과 신의 영역으로 표현돼 있는데
상승감을 주는 동시에 정상의 빛으로 마무리하는 구성이 꽤나 인상적이다.

성당 내부 아래에서 올려다 본 모습-
구조적으로 상당히 드라마틱하다.


촉촉한 관람을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피렌체는 뭐랄까 다른 도시들과는 다르게
여행이라기보단 생활해보고 싶은 곳이었다.

만약 그랬다면 하나 밖에 없다는
저 한국식품점 단골이었겠지.
그리고 저 분은 '이모님'이 됐을지도 모르겠다.

피렌체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위해 식당을 찾았다.
'차차'라는 곳의 티본스테이크가 유명하다기에 가봤더니
왠지 혼자 궁상떨고 먹기엔 비싸보였다.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더니
점원이 친절하게도 바로 근처
'마리오'라는 곳을 추천해줬다.

좁고 복작거리긴 해도
알고보니 싸고 맛도 좋아 꽤 인기있는 곳이었다.
게다가 싱글의 장점은 금방 자리가 난다는 것-

과연 복잡하고 시끄러운 곳이었다.
그래도 왠지 진짜 피렌체에 온듯한 기운이 들어 싫지 않았다.

손가락에 집히는 스테이크 하나와 글라스와인을 주문했다.
이건 무슨 핏기도 안가신듯한 살덩이가 나왔는데
생긴 것관 다르게 상당히 맛있었다.

'차차'의 점원과 '마리오'의 주방장님께
 다시 한 번 그라찌에-

남은 두 시간은 자전거를 타기로 했다.
준세이가 화방을 다니며 타던 자전거-

일거라 생각했는데 중앙역에서 빌린 자전거 안장이 너무 딱딱해서
도로 특성상, 타는 내내 엉덩이가 아주 그냥 얼얼...
가끔씩 일어나서 탔던게 꼭 신나서 그런건 아니었다. 


그래도 투어하면서 지나쳤던 풍경들
가이드책자도 주목하지 않는 길들을 다니는 성취감은
기꺼이 내 엉덩이를 헌사하고도 남을..(응?)

지도 밖으로 달리다가
맘에 들면(엉덩이가 아프면) 쉬어가고-

그렇게 마지막 두 시간을 보내고
피렌체 일정을 마무리했다.

돌아오고나서 한 친구가
여러 도시 중 어디가 제일 좋았냐고 물었는데 피렌체라고 답했다.
말로 간단히 답하기 보단
같이 가서 보여줬으면 싶은 마음이었다.

'피렌체에 다시 돌아온다'는 황금멧돼지도 문질렀으니
언젠가 다시 기회가 있을 것이다.

그땐 이방인이 아닌 그 장면에 섞여 든 사람으로
아는 척 좀 하고싶다.

어쨌든 이제,
로마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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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lth 2011.11.28 09: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두오모 컷에서 아침이 느껴진다.

  2. S 2011.12.02 20: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정말 야무지다 :) 자전거의 비밀을 알아내고왔군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