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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2.16 [유니크 성장일기 #5] 아프지마 내 새끼 (생후 60일 고열 분투기)


갓난 아이를 키우다 보면

몇 번(어쩌면 수백 번)이고

가슴 철렁이는 순간이 있겠지만


지난 달

철렁했던 그 첫경험에 대해

(이제야 모든 게 끝난듯 하여)

남겨보기로 한다.


때는 1월 13일,

유니크 탄생 꼭 2달 째 되는 날이었다.


며칠 전 부터

유니크는 분유량줄고

그래서 그런지

활기찬 기운이 좀 덜해 보여

아네스가 이래저래 걱정을 하고 있던 차였고


나와 장모님은

엄마가 너무 예민해서 그런거라며

아네스를 무안주듯 안심시켰다.


하지만

쉽게 넘지 않던 37도를

오르내리기 2~3일 반복하더니

전날(12일) 밤에는

37.5도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 시기 아기 정상체온은 37.5도까지라고 한다.

하지만 딱 그 체온이 되고부터는 긴장해야 한다.


13일 아침

다행히 체온이 잦아들어

난 출근을 했고

아네스도 긴장하며 밤을 지샜지만

사뭇 안심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오전 11시쯤

아네스에게

통화할 수 있냐는 뉘앙스의 연락이 왔고

알고보니

유니크는 분유도 먹지 않고

체온은 38도 가까이 치닫고 있었다.

난 그 길로

오후 반차를 내고 집으로 갔다.



집에 가보니

유니크는 확연히 기운이 없었고

아네스는 이젠 완전히 신경이 곤두 서 있었다.


바로 짐을 챙겨

(이땐 얼마나 챙겨야 할 지 몰랐다)

인정병원 소아과로 갔다.


잠깐 지나가는 감기

큰 징후 없는 가벼운 고열이길 바랬다.


하지만

그 '징후 없는 고열'이

이 시기 아이에겐 위험한 신호였고

의사선생님은

38도를 기어이 찍은 체온을 보자마자

"큰 병원으로 가야 한다"는 처방을 내렸다.


채 두달 된 아기에게 내려 진

'큰 병원'이라는 엄청난 무게감에

아슬하게 잡고 있던 기대감은 바닥으로 떨어졌고

아네스는 그 말을 듣는 동시에

뺨 위로 눈물이 비오듯 흘렀다.


가까운 큰 병원인 연대 세브란스는

외래 첫 진료라

대기만 2~3시간이 걸릴지 모른다는 소식이 들렸고

유니크 체온은 38.4도까지 올라갔다.

혼란스러움은 더해갔다.


다행히 인정병원에서 따로 연락을 취해 준 덕분에

병원에 도착한 지 한 시간이 못되어

의사 선생님을 만났다.


백일 전 아기는

엄마에게 받은 면역이 남아있어

고열이 잘 발생하지 않으니

징후를 반드시 찾아야만 하고

그러기 위해선 입원검사를 해야한다 했다.


아기의 고열은 몸 속 어딘가에서 세균과 싸우고 있다는 것이고

그 위치와 범위를 정확히 알아야 더 큰 병을 막을 수 있다.


의사선생님의 말투는 차분했지만

가능성이라는 이유로

입에 담기 무서운 병명들이 오갔다.


문제는,

(하루 109만원에 달하는 특실 말고는)

입원실이 없다는 거였고

유일한 대안은

'응급실 소아병동 무한대기'였다.



응급실은

빨간색 커다란 간판이 말해주듯

갖가지 혼란과 울음이

정신없이 마구 뒤섞여 있었고

우리처럼 입원실을 기다리는 아이들이

이미 십수명은 돼보였다.


아기를 데리고 가 본 사람은 공감하겠지만

그곳에 처음 가면 

병이 낫긴 커녕 더 해질 것만 같은 느낌이 있다.


그리고 당연한 일이지만

큰 병원일수록 아픈 환자는 더 많이 모여있고

그 속에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무겁다.



앉을 곳도 정신도 없는 응급실에서

유니크를 두는 것 조차 미안한 시간이 흐르는 동안


작디 작은 몸을 여기저기 뉘여

혈액, 소변, 뇌척수, 엑스레이 검사가 이어졌고

아무것도 모르고 자지러지게 우는 유니크가

말할 수 없이 안쓰럽고 가여웠다.


그렇게 몇 시간이 흐르고

저녁이 되자

장인장모님이 소식을 듣고 달려오셨고

우린 집에 들러

긴 시간이 될 듯한 레이스에 대비해

나머지 짐들을 챙겨왔다.


자정이 되고

장인어른과 난 다음 날을 위해 집으로 돌아왔지만

장모님과 아네스는

수액바늘을 꽂고 간이 유모차에 겨우 누인 유니크와

밤새 울음소리 끊이지 않는

응급실 벤치에서 밤을 지샜다.


다음 날 퇴근 무렵

장모님의 몇 번에 걸친 부탁과 항의 끝에

드디어 2인실을 배정받았다.

병원에 간 지 30시간 만이었다.


병원도 입원대기 환자를 위해 애쓰고 있음은 당연하겠지만

입원 순서는 대기순이 아니며 환자는 알길이 없다.


난 집에 들러

유니크의 거의 모든 짐을 챙겨 병원으로 갔다.

행히 체온은 정상으로 돌아왔고

유니크도 기운을 찾았지만

아직은 가능성을 염두한 몇 번의 검사가 더 남아있었다.


백일 전후 아기의 고열 처방은 항생제 투약이 대부분이며

입원과 함께 바로 시작되어 날짜별로 세균추이를 체크하게 된다.


렇게 하루하루

총 5박 6일이 지났고

유니크는 최종적으로

급성 요로감염 및 신우신염 진단을 받았다.


아직 기관이 온전치 않은 어린 아기라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었지만

다행히 이후 혈액과 소변 등 모든 검사에선

더 이상 균이 발견되지 않았다.


사실 아네스는

병원에 오기 며칠 전부터

소변을 볼 때마다 찡그리는 유니크 표정을 느꼈고

소변에서 나는 묘한 약냄새도 알아채고 있었다.

아네스는

'너무 예민한 게' 아니라

'아주 정확히' 유니크를 관찰하고 있었고

몇 번이나 더 늦지 않길 너무 다행이라는

선생님의 말을 들을 때마다

아네스에게 더 고맙고 미안했다.


아기는 몸의 이상과 변화에 대해 어떤식으로든 사인을 보낸다. 

적시에 알아채는 건 부모의 관찰과 관심에 달려있(다는 걸 깨알았)다.


일요일에 돼서야 퇴원한 유니크는

그래도 아직 기초체온이 높은 상태여서

열흘치 항생제를 처방받았고

우린 그동안 세심히 유니크를 살폈다.


특히 매일 밤낮을 거르지 않고

체온이 0.1도가 오를 때마다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아네스가 걱정되었다.


우린 결국 미루고 싶었던

마지막 '소변역류검사'를 받기로 했다.


소변역류검사는

요도에 거꾸로 호스를 밀어 넣어

요로에 검사액을 채우고

소변이 역류하는지 보는 방식인데

감염된 소변이 장기로 옮아갈 수 있는 위험성을 체크하기 위해

요로감염 증상에 꼭 필요한 검사다.


어른도 힘겨울 정도로

검사방식이 거칠기 때문에

백일도 안된 유니크에게 그 검사를 시키기가

너무나 싫었지만

의사도 되도록 해보길 권고했고

우리도 마지막 위험요소까지 없앨 때까지

마음을 놓이지 않아

외래로 검사일을 잡았다.


다시 무거운 마음으로

병원에 들렀다.

검사와 함께 자지러질거란 예상과 함께

아네스도 이미 눈물이 그렁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요도 속으로 20cm가 넘는 호스가 드나들고

검사액이 거꾸로 들어가는 동안

유니크는 단 한 번 찡그릴뿐 전혀 울지 않았고

의사선생님조차

너무나 신기하고 기특해하긴 매한가지였다.


검사는 그렇게 무사히 종료되었고

다시 며칠 뒤 병원에서

최종적으로 이상없다는 검사의견을 받았다.


그리고 2월 5일,

(3개월 뒤 추적검사를 하기로 했지만)

24일 만에 모든 여정이 끝났다.


고작 두달 된 아기에게

24일은

3분의 1만큼이 더 자랄 정도로

긴 시간이었고

또 실제로 많이 자랐다.



그리고 더 예뻐졌다.


나름 한다고는 했지만

애기가 세균이랑 싸우고 있는 줄도 몰랐던

모자란 부모의 미안함인건지

다시 아프지 않고 무사히 회복된 결과가

고마웠던건지


유니크는 전보다 훨씬 더 많이

사랑스럽고 예쁘다.

그래서 애틋하다.


아무 일 없는 셋의 일상이 더 소중하고

먹고 자고 싸기만 해도 기특해 죽겠다.


그리고 유니크가 아픈동안

양가 부모님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셨다.

몸으로 마음으로 같이 고생하셨고

더 많이 다행스러워 하셨다.

둘이서 키운다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더 많이 감사한 마음이다.


무엇보다 아네스의 고생이 말할 수 없이 컸다.

엄마로서 아네스는

어느덧 정말 큰 존재가 되었다.

이제 나만 잘하면 된다.


참,

태아(어린이)보험의 필요성도 절감했다.

일주일 병원비가 백만원이 훌쩍 넘었지만

90% 남짓 돌려받았다.


어쨌든

모든 것이 잘 마무리 되어 다행이고

이 포스팅을 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



이제,

아프지 말자 내 새끼

아빠가 많이 사랑한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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