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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2.21 피아니스트의 왼발 - 조규찬 'Christmas swing'


제대로 추운 겨울날, 대학로의 지하소극장.
어둑한 무대 위 단지 조규찬과 세 명의 세션만으로 구성된 공연.

눈깜빡임도 선명히 보일만큼 가까운 거리에 등장한 조규찬은
포스터와 같은 랜드로버 슈즈를 신고
'장광효 디자이너가 협찬해 준' 카루소 자켓을 입고
아늑하게 내리는 핀 조명 아래서
메뉴판에서 음식을 고르듯 합철 페이지를 넘겨가며 노래를 불렀다.

손가락을 네 번 튕기면 새로운 곡이 시작되고,
가는 호흡이 아스라히 멈추면 박수가 나오는 식이었다.
Jam이라 불러도, Gig이라 불러도 그럴듯 했지만,
그는 '재즈한마당'이라 했다.

곡의 사이사이엔
시시콜콜한 농담을 던지기도 하고
연주하는 세션들의 이력을 조목조목 나열하기도 하고
유난히 'th[θ]' 발음을 신경쓰며 곡목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의 목소리는 차라리 속삭임에 가까웠지만,
남자가 듣기에도 거슬리지 않았다.

공연 후 그가 편곡해 부른 몇 곡의 노래를 맘에 담아 두었지만,
다른 사람에게 듣는다면 그 느낌은 다를 것이다.
일회성의 매력은 그런 것이다.

그리고,
다시금 피아노가 배우고 싶어져 버렸다.
재즈피아니스트 전영세.
적어도 백여 가지 종류는 될 듯한 손가락 강약으로
리드미컬하게 건반을 연주하는 모습이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무엇보다
페달을 밟고 있지 않은, 그래서 연주와는 무관한,
그럼에도 공연 내내 박자를 타던 그의 왼발이 참 근사해 보였다.
다만, 듬직한 체구에 베레를 쓴 뒷모습을 보며
"역시 재즈피아니스트는 육중해야 제맛"이라는 결론을 얻고 말았다.

라떼, 조규찬, 재즈, 피아노.
대학로는 "웃찾사(개콘) 안보세요?!"만 없으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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