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제리에게 뺏긴 월요일이라 그런지

한주가 굉장히 피곤하다.



내가 기억하는 94 미국월드컵 이후로

이날 새벽의 알제리전이 가장 최악의 '전반전'이었다.


이쯤 되면 기억나는

98 프랑스월드컵 네덜란드와의 5:0 경기는 일단 빼자.


당시 네덜란드는 우승후보였고

그땐 아직 월드컵에서 1승도 없었던 시절인데다

지금처럼 해외파가 많지도 않았고

알제리에는 베르캄프도, 클루이베르트도 없다.


(하마터면) 이길 뻔 했던 러시아전 때문인지

16강 진출의 희망고문은

일요일 밤의 숙면을 허락하지 않았고,

경기 10분 전에 스프링 반동으로 

침대에서 일어났지만


그 다음의 한 시간동안 TV에서 지켜본 건

디펜딩챔피언 스페인의 몰락만큼이나 쓴 대표팀의 경기력이었다.



알제리 선수들의 유니폼은

그날따라 더 쫀쫀했고

패스도 압박도 개인기도 슈팅도 쫀쫀했다.

볼 터치에 자신감이 넘쳤다.

어설픈 골이 없었다.


이번 월드컵엔 유난히 골이 많다는데

안타깝게도 우리에겐 득점이 아니라 실점으로 찾아왔다.


홍정호, 김영권, 이용은 아예 질려보였다.

공만 보고 달려 든 뒷 공간으로

사막의 여우(=알제리 별명)들이 득실했다.


그래도 우리 10번이라고 믿었던 박주영은

대표팀의 최종병기라 하기엔 딱총에 가까웠다.



지난 경기에 보여 준 공간침투마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분명히 경기장에 있었지만

4차원 공간으로 침투해 버렸다.


슈팅 스코어 12:0이 전반전의 성적표였고

알제리의 끝없는 파상공세에

머리 속으로는 더 나쁜 스코어를 떠올리고 있었다.



그나마 후반전은 달랐다.

손흥민의 팀 첫 번째 슈팅은 간결했고 정확했다.

후반전 시계가 채 5분밖에 돌지 않았고

동점까지도 가능해보였다.


하지만,

알제리의 네번 째 골이 너무 아팠다.

기성용의 기막힌 중거리 슈팅마저 알제리 골키퍼에 막히면서

(후)반전 드라마는 막을 내리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한 골 더 따라붙긴 했지만

알제리도 더 많은 골이 필요하진 않았고

그렇게 경기는 종료되었다.



알제리의 두번째 골 정성룡의 수비실책이었다.

홍정호, 김영권은 협력수비를 하지 않고 몰려다녔다.

이청용은 뭔가 몸이 안풀려 보였다.

홍명보 감독은 '할 수 있는게 없다'는 표정으로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렇게 경기가 끝난 후

방송에서는

여느 때처럼 경우의 수를 얘기하고 있다.


"또 경우의 수!" 하는데

그게 조별 리그의 묘미다. 따지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과연

우리가 H조 최강 벨기에를 다득점으로 이기는 것과

러시아가 알제리를 (그것도 딱 1점차로) 이기는 것 중

어떤 것이 더 어려울까.


어느 하나 쉬워보이지 않는

저 두가지 경우가 동시에 일어나야

대표팀의 16강 진출이 가능하다.


이건 사실 희망고문이 아니다.

우리에게 남은 건 벨기에와의 '미련 없는' 원매치 뿐이다.



브라질 월드컵의 마지막 경기를

무기력한 졸전으로 마무리하지 않는 것.

종료 휘슬과 함께 경기장에 누워버릴 정도로

마지막 근성까지 토해내는 것.

그것만 보여준다면 대표팀을 욕할 마음은 없다.

세 경기면 족하다.


벨기에가 2연승의 안도감으로 골프를 치던 말던

러시아가 켈트십자가로 승점을 삭감당하건 말건

괜한 기대는 말자.

그냥 A매치데이라 생각하자.



다만 폼이 좋은 이근호와

벤치만 달구는 분데스리거 박주호

다음 세대를 이을 김승규 등을

마지막 경기에서 적극적으로 가용해보면 어떨까 싶다.


 그나저나,


이번 경기 차두리의 해설은

차범근보다도 잘 들렸고 와 닿았다.



그리고 경기 종료 후에

선배들이 실력이 부족해 대표팀에 뽑히지 못해서

어린 후배들을 도와주지 못한 것이

미안하다는 얘기가 괜히 짠했다.


뻥 뚫려버린 오른쪽 풀백 자리에

그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운동장이 아니더라도

중계석에서 보여 준 차두리의 후배들에 대한 애정은

깊고 진했다.

이제 곧 리그로 돌아올텐데

직관 한 번 가야겠다.


월요병보다 피곤했던 알제리전 리뷰

fin.


사진출처) 연합뉴스, news1,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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